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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주 뮤지엄 산 건축여행|안도 다다오의 빛과 콘크리트, 겨울 산책

읽는 시간 약 11분

강원도 원주에서 건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한 번쯤 꼭 찾아가 볼 만한 곳이 뮤지엄 산(Museum SAN)이다. 눈 덮인 산과 노출콘크리트, 거친 돌벽, 물과 빛이 만들어내는 장면을 따라 걷다 보면 미술관 관람이라기보다 하나의 긴 건축 여행을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원주 뮤지엄 산

산속에 숨겨진 안도 다다오의 건축

안도 다다오의 원주 뮤지엄 산

원주 뮤지엄 산은 일본 건축가 안도 다다오(Tadao Ando)가 설계한 복합문화공간이다. 2013년 5월 개관했으며 이름 SAN은 Space·Art·Nature, 즉 공간·예술·자연을 의미한다. 현재 공간은 웰컴센터에서 시작해 정원과 빛의 공간, 워터가든, 본관, 스톤가든, 명상관, 제임스 터렐관 등으로 이어진다.

특히 재미있는 점은 건물을 한눈에 보여주지 않는다는 것이다.

입구에 도착했다고 바로 미술관을 만나는 것이 아니라 길을 걷고, 정원을 지나고, 벽 사이를 통과하고, 물을 건너면서 조금씩 건축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된다.

건축물을 ‘보는 것’보다 건축 속으로 들어가는 과정을 설계한 공간에 가깝다.

워터가든, 건축을 만나기 전 만드는 첫 장면

원주 뮤지엄산 워터가든과 알렉산더 리버만 Archway 조형물

겨울의 원주 뮤지엄 산에서 가장 강렬했던 장면은 역시 워터가든이었다.

하얀 눈과 얼어붙은 수면, 파란 하늘 사이로 거대한 붉은 조형물이 등장한다. 이 작품은 알렉산더 리버만(Alexander Liberman)의 **〈Archway〉**로, 뮤지엄 산을 대표하는 장면 중 하나다.

붉은색 조형물이 유독 강렬하게 보이는 이유는 주변 건축이 최대한 절제되어 있기 때문이다.

돌, 콘크리트, 물, 하늘처럼 채도가 낮은 재료들 사이에서 빨간색 하나가 공간 전체의 시선을 잡아당긴다.

워터가든은 본관을 둘러싼 얕은 수공간으로 계획돼 건물이 물 위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이도록 만들어졌다. 물속에 깔린 해미석과 건물, 조형물이 함께 하나의 풍경을 만든다.

겨울에는 물의 일부가 얼어 여름과는 전혀 다른 표정을 보여준다.

파주석 벽을 따라 걷는 길

원주 뮤지엄산 파주석 외벽과 겨울 워터가든

본관으로 향하면 건축의 분위기가 크게 달라진다.

외부를 감싸고 있는 것은 안도 다다오 하면 먼저 떠올리는 노출콘크리트가 아니라 의외로 거친 질감의 파주석이다. 원주 뮤지엄산 본관은 파주석 외피 안쪽에 노출콘크리트 공간을 배치한 ‘Box in Box’ 개념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부분이 개인적으로 뮤지엄산 건축에서 꽤 흥미롭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라고 하면 매끈한 콘크리트부터 떠올리기 쉽지만 이곳에서는 먼저 돌을 만난다.

거친 자연석이 산의 풍경과 관계를 만들고, 건물 안으로 들어가면서 점차 정제된 콘크리트가 등장한다.

자연 → 돌 → 콘크리트 → 빛

재료가 바뀌면서 공간의 분위기도 조금씩 달라진다.

원주 뮤지엄 산의 건축 특징

원주 뮤지엄 산에서는 단순히 목적지를 향해 이동하는 복도조차 중요한 건축 공간이 된다.

긴 수평창이 콘크리트 벽을 가르고, 벽과 벽 사이로 하늘이 보이며, 어느 순간 시야가 닫혔다가 다시 자연을 향해 열린다.

이런 공간에서는 창이 단순히 채광을 위한 구멍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창을 통해 보이는 자연을 하나의 그림처럼 잘라내는 프레임에 가깝다.

뮤지엄 산 공식 설명에서도 각각의 갤러리를 연결하는 복도 창을 통해 사계절의 자연을 담아내도록 설계했다고 소개하고 있다.

그래서 이곳은 계절이 바뀌면 같은 건축인데도 전혀 다른 공간처럼 보일 것 같다.

하늘을 잘라 만든 공간

뮤지엄산 노출콘크리트 벽 사이로 보이는 푸른 하늘

원주 뮤지엄 산을 걷다 보면 건축이 하늘을 바라보게 만드는 순간이 계속 등장한다.

높은 콘크리트 벽 사이로 잘려 보이는 파란 하늘. 벽 자체는 단순하다. 장식도 거의 없다.

그런데 벽의 높이와 방향, 틈 사이로 들어오는 빛이 공간의 인상을 완전히 바꿔놓는다.

안도 다다오의 건축에서 자주 이야기되는 것이 바로 이 부분이다.

콘크리트가 주인공 같지만 실제 주인공은 빛과 자연이다.

콘크리트는 오히려 빛을 보여주기 위한 배경에 가까워진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곳, ‘빛의 공간’

이번 원주 뮤지엄 산 건축여행에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공간을 하나 고르라면 ‘빛의 공간(The Space of Light)’이다.

뮤지엄산 빛의 공간 천장 십자 형태의 자연광

2023년 안도 다다오가 새롭게 구상한 원주 뮤지엄 산의 두 번째 명상 공간으로, 천장에 만든 십자 형태의 틈으로 자연광이 그대로 들어온다.

사진으로 보면 단순해 보인다. 하지만 실제 공간에서는 전혀 다르다.

어두운 노출콘크리트 공간 위로 아주 밝은 십자가 형태의 빛이 떨어지면서 벽과 천장의 존재감이 오히려 사라진다.

건축적인 장치는 사실 몇 개 되지 않는다.

콘크리트 벽.
콘크리트 천장.
그리고 천장의 틈.

그런데 그 틈으로 하늘·빛·시간·날씨가 건축 내부로 들어온다.

그래서 같은 장소라도 오전과 오후가 다르고, 맑은 날과 흐린 날이 다르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빛의 교회와 닮았지만 다른 공간

건축을 좋아한다면 이 장면을 보는 순간 일본 오사카의 안도 다다오 대표작 ‘빛의 교회(Church of the Light)’가 자연스럽게 떠오른다.

두 건축 모두 십자가 형태의 빛을 이용하지만 방식은 다르다.

빛의 교회에서는 십자가가 정면 벽에 만들어져 있다면 뮤지엄산의 빛의 공간에서는 천장에 십자 형태의 틈이 놓여 있다. 또한 빛의 공간의 천장 틈은 외부 자연과 직접 연결되도록 계획됐다.

그래서 이곳의 십자가는 종교적 상징을 보는 경험이라기보다 하늘 자체가 천장을 잘라내고 들어오는 듯한 경험에 더 가깝게 느껴졌다.

아치형태로 절개된 명상관 내부 모습

아쉬웠던 부분은 방문했던 날에 명상관 내부를 보지 못한 것이었다. 계절마다 자연과 함께 변화하는 특유의 색을 보여주는 다다오의 건물은 감탄을 자아냈다.

전시실보다 복도가 더 기억나는 미술관

겨울 뮤지엄산 자연석 외벽과 유리 출입구

원주 뮤지엄 산은 전시 작품도 좋지만 건축을 좋아한다면 작품과 작품 사이를 연결하는 공간을 놓치지 않는 것이 좋다.

본관은 네 개의 윙을 사각·삼각·원형 공간으로 연결하고 있으며, 건축가는 이를 통해 대지와 하늘, 사람의 관계를 표현했다.

좁았다가 넓어지고,
어두웠다가 밝아지고,
콘크리트 벽을 바라보다 갑자기 자연이 나타난다.

이런 변화가 반복되기 때문에 몇 장의 사진만으로는 이 건축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렵다. 뮤지엄 산은 평면도를 보는 것보다 직접 걸어봐야 이해되는 건축이다.

스톤가든, 건축과 자연의 경계를 흐리다

겨울 뮤지엄산 스톤가든과 스톤마운드

본관을 지나면 분위기는 다시 자연 쪽으로 넘어간다.

스톤가든은 신라 고분을 모티브로 한 9개의 완만한 스톤마운드로 구성되어 있다. 곡선의 길을 따라 걸으며 조각과 자연을 함께 감상하는 공간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직선적인 콘크리트 건축과 부드러운 땅의 곡선이 서로 대비된다는 점이다.

건물 내부에서는 벽이 동선을 통제했다면 스톤가든에서는 풍경이 사람을 움직이게 한다.

눈까지 쌓인 겨울에는 돌과 콘크리트, 나무와 눈이 거의 무채색에 가까운 풍경을 만들어 뮤지엄산 특유의 절제된 느낌이 더 강해졌다.

겨울에 가보니 오히려 좋았던 원주 뮤지엄 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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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엄 산 하면 초록이 가득한 봄이나 가을을 먼저 떠올리지만 겨울도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나뭇잎이 사라지니 건축의 선이 더 또렷하게 보인다.

파주석 벽의 질감도 선명하고, 하얀 눈 위에 떨어지는 건물의 그림자도 훨씬 강하다.

특히 노출콘크리트는 여름의 녹색 풍경과 함께 있을 때와 달리 눈과 만나면 건축 자체의 형태가 더욱 강조된다.

다만 안도 다다오 뮤지엄 산은 실내 미술관만 둘러보는 장소가 아니다. 웰컴센터에서 주요 공간을 따라 상당한 거리를 걸어야 한다. 공식 안내에서도 웰컴센터에서 본관까지 약 10분, 명상관까지 약 15분, 제임스 터렐관까지 약 20분 정도를 안내하고 있다.

겨울에는 눈이나 결빙된 구간이 있을 수 있으니 편한 신발은 필수다.

건축을 좋아한다면 이렇게 바라보면 더 재미있다

원주 뮤지엄 산에서 작품만 찾아다니기보다 재료가 바뀌는 순간, 벽 끝에서 풍경이 나타나는 순간, 수평창이 자연을 잘라내는 방식, 물과 건물 사이의 관계, 빛이 콘크리트 표면을 움직이는 모습을 천천히 살펴보는 것을 추천한다.

특히 사진을 찍을 때 건물을 정면에서만 찍지 말고 벽과 벽 사이의 하늘이나 긴 복도, 모서리에서 생기는 그림자까지 담아보면 안도 다다오가 공간을 구성한 방식이 훨씬 잘 보인다.

이곳에서는 건물 전체 모습보다 오히려 그런 작은 장면들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원주 뮤지엄 산 관람정보

현재 공식 홈페이지 기준 관람시간은 10:00~18:00, 입장권 매표 마감은 17:00이며 매주 월요일은 휴관이다. 기본 패스권은 야외가든·종이박물관·미술관을 관람할 수 있고, 제임스 터렐관·명상관·GROUND 안토니 곰리관 등은 패스 종류에 따라 관람 범위가 달라진다.

2026년 8월 기준 기본 패스권 성인 요금은 23,000원으로 안내되어 있다. 요금과 운영 프로그램은 변경될 수 있으므로 출발 전 공식 홈페이지 확인을 권한다.

주소 : 강원특별자치도 원주시 지정면 오크밸리2길 260

미술관이 아니라 하나의 긴 건축 산책

원주 뮤지엄 산을 다녀오고 나서 가장 기억에 남은 것은 특정 작품 하나가 아니었다.

붉은 Archway 너머로 보이던 돌 건물, 얼어붙은 워터가든, 긴 파주석 벽, 콘크리트 사이로 잘려 보이던 파란 하늘, 그리고 십자가 모양으로 천장을 가르던 빛.

각각은 완전히 다른 장면인데 하나의 동선을 따라 걸으면 자연스럽게 연결된다.

그래서 원주 뮤지엄 산은 ‘안도 다다오의 건물을 보러 가는 곳’이라기보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시간과 공간을 천천히 걸어보는 곳이라고 표현하는 편이 더 맞을 것 같다.

원주에서 조금 특별한 나들이를 찾고 있다면, 그리고 여행지에서 건축물을 보는 것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시간을 넉넉하게 잡고 걸어볼 만한 곳이다.

특히 눈 내린 겨울의 뮤지엄산은 화려하지 않아서 더 좋았다.

돌과 콘크리트, 빛과 하늘만 남은 풍경 속에서 왜 안도 다다오가 건축에 자연을 끌어들이는지를 가장 선명하게 느낄 수 있었던 건축여행이었다.

뮤지엄산을 통해 안도 다다오의 건축이 흥미로워졌다면 **한국의 안도 다다오 건축물|국내 대표 작품과 건축 특징**에서 국내의 다른 대표 작품들도 함께 비교해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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