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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현대건축 여행|본태박물관·방주교회·포도호텔 등 대표 건축물 6곳

읽는 시간 약 13분

제주를 여행하다 보면 건축물이 육지와 조금 다르게 보일 때가 있습니다.

거센 바람과 많은 비, 검은 현무암, 완만하게 이어지는 오름과 수평선 때문인지 제주에서는 건축물이 혼자 튀어나오기보다 주변 풍경 속에 낮게 자리 잡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제주 현대건축 여행은 유명 건축가의 작품을 찾아다니는 여행이기도 하지만, 그보다 더 재미있는 것은 건축이 제주라는 장소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입니다.

안도 다다오의 노출콘크리트 건축도 있고, 이타미 준이 제주 풍경 속에 남긴 건축도 있습니다. 제주의 돌과 오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공공건축도 만날 수 있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제주에서 건축적으로 한 번쯤 천천히 볼 만한 대표 건축물 6곳을 골라보았습니다.

제주 현대건축 여행에서 먼저 가볼 대표 건축물 6곳

건축물건축가·특징건축답사 포인트
본태박물관안도 다다오노출콘크리트·빛·물
방주교회이타미 준물·지붕·제주 풍경
포도호텔이타미 준오름·제주 초가·낮은 건축
유동룡미술관유이화이타미 준의 건축철학과 제주
제주현대미술관공공문화건축현무암·저지예술인마을
제주월드컵경기장지형형 건축땅·바람·오름을 닮은 경기장

이 여섯 곳은 서로 성격이 상당히 다릅니다.

하지만 공통점도 있습니다.

건축물이 제주 풍경을 지배하기보다 땅과 바람, 빛을 건축 안으로 끌어들인다는 점입니다.

노출콘크리트와 물이 만나는 본태박물관

제주 현대건축 여행에서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축물 중 하나가 본태박물관입니다.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가 설계했으며 2012년 문을 열었습니다. 공식 자료에서도 노출콘크리트와 빛, 물이 어우러진 건축을 본태박물관의 중요한 특징으로 소개합니다.

제주 본태박물관_3
< 출처> 본태박물관 홈페이지 / 본태박물관 상징조형물>

안도 다다오 건축을 사진으로만 보면 노출콘크리트가 가장 먼저 보입니다.

하지만 실제 공간을 걷다 보면 콘크리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람이 움직이는 방향과 빛이 들어오는 방식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벽이 시선을 막고,

길을 조금 돌아가게 만들고,

좁은 공간을 지나면 갑자기 물과 하늘이 나타납니다.

제주 본태박물관_2

본태박물관에서는 건축물을 한눈에 보려고 하기보다 동선을 따라 천천히 걸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특히 물길을 따라 이동하면서 콘크리트벽에 반사되는 빛과 수면을 함께 보면 좋습니다.

→ 안도 다다오의 다른 작품을 보고 싶다면
한국에서 볼 수 있는 안도 다다오 건축물은? 뮤지엄산·본태박물관·LG아트센터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방주교회

본태박물관에서 멀지 않은 곳에는 방주교회가 있습니다.

이타미 준, 한국 이름으로 유동룡이 설계한 교회입니다.

제주 방주교회_1
< 출처: 대한민국 방방곡곡 홈페이지/ 방주교회 전경>

제주관광공사는 방주교회를 노아의 방주를 모티브로 한 건축으로 소개하며, 건물 주변의 수공간 때문에 마치 물 위에 떠 있는 듯한 모습을 보여준다고 설명합니다.

사진으로 보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지붕입니다.

그러나 직접 답사한다면 건물만 보기보다 건축 주변의 물과 하늘을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날씨가 맑은 날에는 하늘과 건축물이 물에 반사되면서 경계가 흐려지고, 제주 특유의 바람이 수면을 움직이면 공간의 분위기도 계속 달라집니다.

제주 방주교회_3
< 출처: 대한민국 방방곡곡 홈페이지 / 물 위에 떠있는 듯한 방주교회>

이타미 준의 건축에서는 재료가 너무 매끈하거나 완벽하게 정리된 느낌보다는 자연과 조금씩 섞이는 모습이 흥미롭습니다.

방주교회는 실제 종교시설이므로 건축답사를 하더라도 예배와 이용자에게 방해가 되지 않도록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땅 위에 건물을 세우지 않은 듯한 포도호텔

제가 제주 건축에서 특히 흥미롭게 보는 건물이 포도호텔입니다.

역시 이타미 준의 작품입니다.

제주 포도호텔_2
< 출처: 제주 포도호텔 홈페이지/ 포도호텔 전경>

하늘에서 내려다본 형태가 포도송이를 닮았다는 데서 이름이 붙었고, 제주 초가와 오름의 부드러운 곡선을 건축에 담았습니다.

고급 호텔이라고 하면 높고 화려한 건물을 떠올리기 쉽습니다.

그런데 포도호텔은 반대입니다.

낮습니다.

멀리서 보면 건물이 풍경 속에 숨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제주관광공사의 건축문화기행에서도 포도호텔이 지형을 거스르지 않고 제주 초가마을을 연상시키는 단층 건축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있습니다.

건축답사에서는 건물 전체의 형태보다 지붕선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지붕이 일정하지 않고 완만하게 올라갔다 내려오면서 주변 오름과 이어지는 듯한 모습을 보입니다.

제주 포도호텔_2

바로 옆의 풍경과 건축 중 어디까지가 자연이고 어디서부터 건축인지 경계를 일부러 흐린 듯한 느낌도 있습니다.

다만 포도호텔은 실제 숙박시설이기 때문에 객실과 이용객의 사생활을 침해하지 않는 범위에서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타미 준을 이해하고 싶다면 유동룡미술관

포도호텔과 방주교회를 보고 나면 이 건축들을 만든 사람에 대한 궁금증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럴 때 찾아볼 만한 곳이 유동룡미술관입니다.

유동룡은 이타미 준의 한국 이름입니다.

제주 유동룡미술관_1
< 출처: 대한민국 방방곡곡 홈페이지/ 유동룡미술관 전경>

미술관은 그의 딸인 건축가 유이화가 설계했으며 2023년 정식 개관했습니다. 제주관광공사는 이곳이 이타미 준이 강조했던 자연과의 공존, 풍토와 지역성을 이어가는 공간이라고 소개합니다.

이 건물을 볼 때는 아버지의 형태를 그대로 따라 했는지를 찾기보다,

건축 철학을 다음 세대가 어떻게 이어갔는가

를 생각하면서 보면 재미있습니다.

제주의 바람,

낮은 건축,

재료의 질감,

외부와 내부 사이의 공간을 천천히 살펴볼 만합니다.

제주 유동룡미술관_3
< 출처: 유동룡미술관 홈페이지/ 미술관 내부 모습>

특히 방주교회나 포도호텔을 먼저 본 뒤 방문하면 이타미 준이 제주에서 어떤 건축을 만들고 싶어 했는지 조금 더 입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습니다.

현무암과 예술마을이 만나는 제주현대미술관

제주 현대건축 여행이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만 찾아다니는 여행이 될 필요는 없습니다.

제주현대미술관도 함께 볼 만합니다.

제주시 한경면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제주 자연친화성을 우선한 설계공모 당선안을 바탕으로 지어진 공립미술관입니다. 지하 1층·지상 2층 규모로 조성되어 있습니다.

이 건물에서 눈여겨볼 것은 제주 현무암이 만드는 색과 질감입니다.

제주 현대미술관_1
<출처: 제주 현대미술관 홈페이지/ 미술관 입구 전경>

노출콘크리트처럼 표면이 균질한 재료와 달리 제주 돌은 하나하나의 형태와 색이 다릅니다.

그래서 제주 건축에서는 현무암이 단순한 외장재라기보다 그 지역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재료가 됩니다.

미술관 하나만 보고 바로 이동하기보다 주변의 저지문화예술인마을을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건축과 마을의 관계를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건물을 세우기보다 땅을 파고 내려간 제주월드컵경기장

미술관이나 호텔과 전혀 다른 규모의 건축을 보고 싶다면 제주월드컵경기장이 있습니다.

2002년 한일월드컵을 위해 만들어진 경기장입니다.

제주 월드컵경기장_1
< 출처: 나무위키/ 제주 월드컵경기잔 전경사진>

제주관광공사의 건축문화기행 자료에서는 경기장 바닥을 지상보다 약 14m 아래로 내려 제주 바람의 영향을 줄이고, 한라산에서 이어지는 스카이라인을 거스르지 않도록 계획했다는 점을 소개합니다.

이 부분이 건축적으로 상당히 재미있습니다.

큰 경기장을 만들려면 보통 거대한 구조물을 위로 세우기 쉽습니다.

하지만 제주월드컵경기장은 반대로 땅속으로 내려가는 방법을 사용했습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도 비슷한 생각을 했지만, 건축이 존재감을 만드는 방법이 꼭 위로 높게 세우는 것만은 아닙니다.

제주 월드컵경기장_2
<출처: 나무위키/ 제주 월드컵경기장 내부 모습>

때로는 땅속으로 내려가는 것이 주변 풍경을 지키는 가장 강한 설계가 될 수 있습니다.

경기장에서는 지붕의 형태만 보기보다 경기장 레벨과 주변 지형의 높이 차이를 유심히 살펴보면 좋습니다.

제주에서는 안도 다다오와 이타미 준을 비교해보는 재미가 있다

제주 현대건축 여행의 또 하나의 재미는 전혀 다른 두 건축가의 작품을 비교할 수 있다는 점입니다.

안도 다다오의 본태박물관에서는

콘크리트, 기하학, 빛, 물

이 강하게 느껴집니다.

이타미 준의 포도호텔과 방주교회에서는

바람, 땅, 지붕, 재료의 질감

이 조금 더 먼저 느껴집니다.

누가 더 좋은 건축가인지를 비교하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같은 제주 자연을 두 건축가가 얼마나 다른 방법으로 받아들이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제주관광공사에서도 이타미 준의 제주 건축과 안도 다다오의 작품을 각각 별도의 건축문화기행 코스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제주 현대건축 여행에서 꼭 봐야 할 것은 건물보다 주변이다

제주 건축을 볼 때는 건물만 계속 바라보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조금 떨어져서 주변을 함께 봐야 합니다.

건물이 오름의 선을 가리고 있는지,

바다와 어느 방향으로 열려 있는지,

바람을 막는 벽은 어디에 있는지,

현무암을 어떻게 사용했는지,

지붕이 주변 지형과 어떤 관계를 만드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서울 건축여행에서는 도시와 건축의 관계가 중요했다면,

제주에서는 자연과 건축의 관계가 훨씬 중요하게 느껴집니다.

건축답사라면 안덕면부터 시작해도 좋다

제주 전체에 건축물이 흩어져 있기 때문에 하루에 여섯 곳을 모두 돌아보는 것은 권하고 싶지 않습니다.

오히려 지역별로 나누는 것이 좋습니다.

첫날은 안덕면을 중심으로

본태박물관 → 방주교회 → 포도호텔

정도로 묶을 수 있습니다.

세 건축물이 비교적 가까운 곳에 있고, 안도 다다오와 이타미 준의 건축을 한날 비교해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습니다. 본태박물관과 방주교회 주소도 같은 산록남로762번길에 위치해 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서쪽으로 이동해

유동룡미술관 → 제주현대미술관 → 저지문화예술인마을

을 함께 보는 것도 좋습니다. 두 미술관 모두 제주 서부에 있어 하나의 건축·예술 여행으로 묶기 좋습니다.

제주월드컵경기장은 서귀포 여행과 함께 별도의 일정으로 보는 것이 편합니다.

조금 더 깊게 보고 싶다면 수풍석미술관도 있다

제주에서 이타미 준을 이야기하면서 수풍석미술관을 빼놓기는 어렵습니다.

물의 미술관, 바람의 미술관, 돌의 미술관이라는 세 공간을 통해 제주의 자연요소를 건축으로 경험하게 하는 작품입니다.

제주 수풍석미술관_3
<출처: 수풍석미술관 홈페이지/ 미술관 전경>

제주관광공사 역시 수풍석미술관을 포도호텔, 방주교회와 함께 이타미 준의 제주 대표 건축물로 소개하고 있습니다. 다만 일부 관련 시설은 예약제로 운영되므로 방문 전 관람 가능 여부를 확인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제주 현대건축 여행은 유명 건물을 찍고 오는 여행과 조금 다르다

제주에서는 날씨에 따라 건축의 모습이 크게 달라집니다.

햇빛이 강한 날,

구름이 많은 날,

비가 오는 날,

바람이 강한 날,

같은 건물도 전혀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래서 제주 건축여행에서는 사진 한 장을 남기는 것보다 공간에 조금 오래 머물러보는 것이 좋습니다.

콘크리트벽에 떨어지는 빛,

수면에 비치는 건축물,

현무암의 거친 표면,

낮게 이어지는 지붕 너머의 오름을 천천히 바라보면 제주 건축이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건축은 결국 땅 위에 지어집니다.

그리고 제주만큼 그 ‘땅’의 존재가 강하게 느껴지는 곳도 많지 않습니다.

그래서 제주에서는 건축물을 보는 여행이 자연을 바라보는 여행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습니다.

제주 현대건축 여행을 시작하며

서울 현대건축 여행에서는 시대가 다른 건축물을 비교하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제주는 조금 다릅니다.

이곳에서는 건축가가 자연 앞에서 어떤 태도를 취했는지를 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건물을 크게 드러낼 것인지,

낮게 숨길 것인지,

바람을 막을 것인지 통과시킬 것인지,

돌과 물을 건축 안에 어떻게 끌어들일 것인지.

이런 질문을 하나씩 생각하면서 걷다 보면 평소 보던 제주 풍경도 조금 달라 보입니다.

본태박물관에서 시작해 방주교회와 포도호텔을 보고, 또 다른 날에는 유동룡미술관과 제주현대미술관을 걷는 것.

그 정도만으로도 충분히 좋은 제주 현대건축 여행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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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문화역서울284·DDP·LG아트센터 등 서울의 서로 다른 현대건축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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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 있는 안도 다다오의 주요 건축물을 정리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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