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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현대건축 여행|꼭 가볼 만한 현대건축 6곳과 건축답사 포인트

읽는 시간 약 13분

서울에는 유명 관광지 못지않게 한 번쯤 천천히 걸어볼 만한 건축물이 많습니다.

거대한 형태로 도시의 풍경을 바꾸는 건축물이 있는가 하면, 자신의 대부분을 땅속에 숨긴 박물관도 있고, 오래된 역사를 그대로 품은 채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살아가는 건물도 있습니다.

저는 여행을 가면 유명 관광지와 함께 그 도시의 건축물을 찾아보는 편입니다.

건축은 그 도시가 지나온 시간과 지금 중요하게 생각하는 가치가 가장 솔직하게 드러나는 장소 중 하나이기 때문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서울에서 비교적 접근하기 쉬우면서도 서로 다른 건축적 특징을 가진 여섯 곳을 골라보았습니다.

단순히 유명한 건축물을 나열하기보다 서울 현대건축 여행에서 무엇을 보고, 어떤 공간을 경험하면 좋은지 건축답사 관점에서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현대건축 여행 썸네일

서울 현대건축 여행에서 먼저 가볼 6곳

건축물지역건축답사 포인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중구지하건축·하늘광장·빛과 어둠
문화역서울284(옛 서울역)중구근대건축·보존과 재생
아모레퍼시픽 본사용산비워낸 매스·루프가든·파사드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종로마당·도시조직·분절된 공간
DDP(동대문디자인플라자)중구곡면·연속동선·도시지형
LG아트센터 서울강서안도 다다오·튜브·스텝 아트리움

서울 현대건축 여행은 이 여섯 곳만 돌아봐도 전혀 다른 건축의 성격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한꺼번에 모두 보는 것보다는 지역별로 두세 곳씩 묶어 천천히 보는 편이 더 좋습니다.

땅속으로 내려간 박물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서울 현대건축 여행의 첫 번째 장소는 최근 건축을 전공하는 딸과 함께 직접 답사했던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입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하늘광장>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재미있었던 것은 거대한 박물관이 잘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었습니다.

지상에서는 공원과 낮은 건축물이 먼저 보이고, 주요 공간은 대부분 지하로 내려가 있습니다.

박물관의 하늘광장은 지하 3층에서 지상과 하늘까지 열려 있는 공간으로 계획되었고, 콘솔레이션 홀 역시 지하 3층에 자리합니다. 공식 안내에서도 하늘광장을 땅과 하늘이 소통하는 공간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곳에서는 건축의 형태보다 걷는 과정이 중요합니다.

지상에서 지하로 내려가고,

어두운 공간을 지나고,

높은 붉은 벽돌벽 사이에서 갑자기 하늘을 만나게 됩니다.

그리고 다시 콘솔레이션 홀의 어두운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건축답사에서는 하늘광장과 콘솔레이션 홀을 반드시 함께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하나는 하늘을 향해 완전히 열려 있고, 다른 하나는 빛을 최대한 절제합니다.

두 공간을 연속해서 경험하면 빛과 어둠만으로도 공간의 분위기가 얼마나 달라지는지 직접 느낄 수 있습니다.

→ 내부링크 추천 :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건축답사|하늘광장·콘솔레이션 홀

100년 가까운 서울의 시간을 품은 문화역서울284

서소문에서 서울역 쪽으로 이동하면 완전히 다른 시대의 건축을 만나게 됩니다.

현재의 문화역서울284, 옛 서울역입니다.

문화역서울284
< 출처: 문화역서울284 홈페이지/ 문화역서울284 정문>

현재 건물은 1925년 경성역으로 새롭게 지어진 르네상스식 건축물이며, 이후 서울역으로 사용되다가 2004년 신역사 개통 이후 역사의 기능을 마쳤습니다.

2009년부터 복원공사를 거쳐 2011년 문화역서울284라는 복합문화공간으로 다시 문을 열었습니다.

이곳에서 재미있는 것은 최신 건축기술이 아닙니다.

오히려 오래된 건물을 얼마나 남겼는지를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중앙홀의 높은 공간감,

대합실,

계단과 창호,

벽체와 천장 장식 등을 천천히 살펴보면 좋습니다.

문화역서울284_내부 중앙홀
< 출처: 문화역서울284 홈페이지/ 문화역서울284 중앙홀 모습>

새 건물을 잘 짓는 것도 중요하지만, 오래된 건물의 기억을 얼마나 잘 남기고 새로운 기능을 담는가 역시 건축에서 중요한 문제입니다.

서울 현대건축 여행에서는 이런 보존과 재생의 건축도 함께 살펴볼 만합니다.

달항아리를 떠올리게 하는 아모레퍼시픽 본사

용산에 있는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멀리서 보면 상당히 단순한 건축물처럼 보입니다.

커다란 정육면체에 가까운 형태이고 외부에는 반복적인 수직 파사드가 이어집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
< 출처: 2018년 8월 609호 SPACE잡지/ 아모레퍼시픽 본사 외부 >

설계자는 2023년 프리츠커 건축상을 받은 영국 건축가 데이비드 치퍼필드입니다.

아모레퍼시픽은 본사 건축이 백자 달항아리의 절제된 아름다움을 연상시키도록 계획됐다고 설명합니다. 내부에는 세 개의 루프가든이 있고, 1~3층에는 대형 아트리움과 문화공간이 배치되어 있습니다.

이 건축에서 제가 특히 재미있게 보는 부분은 비워낸 공간입니다.

일반적인 업무시설이라면 가능한 많은 공간을 사용하는 방향으로 계획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이 건물은 거대한 매스 중간을 과감하게 비워 세 개의 정원을 만들었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2
< 출처: 2018년 8월 609호 SPACE잡지/ 아모레퍼시픽 루프가든>

건축답사를 간다면 외관만 보고 지나치기보다,

건물의 큰 매스가 어디에서 비워지는지,

파사드의 반복이 어떻게 보이는지,

1층의 아트리움과 도시가 어떻게 연결되는지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건축에서 때로는 무엇을 채우느냐보다 무엇을 비워두느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보여주는 건물입니다.

도시 안에 여러 개의 마당을 만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경복궁과 북촌 사이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이 있습니다.

설계자는 건축가 민현준입니다. 국립현대미술관도 공식 프로그램을 통해 서울관의 공간과 역사를 설계자인 민현준 건축가가 직접 설명하는 건축 프로그램을 운영한 바 있습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출처: HeyPOP 홈페이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정면>

이 건물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미술관 형태를 찾으려고 하기보다 건물 사이의 빈 공간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여러 개의 건물이 나뉘어 있고 그 사이사이에 마당과 길이 만들어집니다.

그래서 미술관을 걷다 보면 실내와 실외가 계속 이어집니다.

경복궁과 북촌이라는 주변 도시조직을 생각하면 이런 방식이 더 흥미롭게 보입니다.

거대한 문화시설을 하나의 큰 덩어리로 만들기보다 주변 도시의 골목과 작은 건물처럼 공간을 나누어 놓았기 때문입니다.

서울 현대건축 여행에서 이곳을 찾는다면 전시실만 보고 나오지 말고,

건물과 건물 사이를 걸어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국립현대미술관 서울2
<출처: HeyPOP 홈페이지/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곡선의 건축 DDP, 사진보다 직접 걸어봐야 한다

서울 현대건축을 이야기할 때 동대문디자인플라자 DDP 역시 빼놓기 어렵습니다.

DDP의 인상은 무엇보다 곡선입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1
< 출처: DDP홈페이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항공사진>

건축물의 정면과 후면을 명확하게 나누기 어려울 정도로 표면이 연속적으로 이어집니다.

그래서 멀리서 한 장의 사진을 찍는 것보다 건축물 주변을 직접 걸어보는 편이 훨씬 재미있습니다.

걷는 위치에 따라 형태가 계속 달라집니다.

특히 DDP에서는 건물 자체뿐 아니라 건축과 지면이 어떻게 이어지는가를 함께 보면 좋습니다.

건축물이 땅 위에 놓여 있다기보다 지형이 건축으로 이어지는 듯한 느낌을 줍니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 2
<출처: DDP홈페이지/ 동대문디자인플라자 건물 하부 공간>

현재 DDP에서는 건축을 직접 걸으며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도 운영되고 있습니다. 2026년에는 652m의 옥상 동선을 걷는 루프탑 투어도 운영됐습니다.

DDP에서는 이렇게 한번 생각해보면 재미있습니다.

“이 건축물의 정면은 과연 어디일까?”

답을 찾기보다 직접 한 바퀴 걸어보는 것이 더 좋습니다.


서울에서 만나는 안도 다다오, LG아트센터 서울

마지막 서울 현대건축 여행지는 마곡에 있는 LG아트센터 서울입니다.

안도 다다오가 설계한 건축물입니다.

LG아트센터 서울
<출처: LG아트센터 서울 홈페이지/ LG아트센터 정면 사진>

안도 다다오라고 하면 노출콘크리트를 가장 먼저 떠올리기 쉽지만, LG아트센터에서는 재료보다 공간의 흐름을 먼저 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이 건물은 튜브(TUBE), 스텝 아트리움(STEP ATRIUM), 게이트 아크(GATE ARC)라는 세 가지 주요 공간 개념을 바탕으로 설계되었습니다. 특히 높이 약 10m의 원형 통로인 튜브가 건물의 지상층을 대각선으로 관통하면서 서울식물원과 LG사이언스파크 방향을 연결합니다.

건축에 관심이 있다면 공연이 없는 날 방문해도 좋습니다.

LG아트센터에서는 건물 곳곳에 마련된 8개 스팟에서 QR코드를 이용해 안도 다다오의 건축을 설명하는 셀프 오디오 투어도 제공하고 있습니다.

lg아트센터2
<출처: LG아트센터 서울 홈페이지/ 건물을 관통하는 TUBE>

튜브를 걸어보고,

스텝 아트리움을 천천히 올라가 보고,

빛이 콘크리트 벽과 어떻게 만나는지도 살펴보면 좋습니다.

안도 다다오의 다른 건축을 본 적이 있다면 비교하면서 보는 재미도 있습니다.

→ 안도 다다오 한국 건축물|LG아트센터 서울 관련글 보러가기

서울 현대건축 여행은 서로 다른 시대를 비교하는 재미가 있다

이번에 소개한 여섯 곳은 서로 닮지 않았습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건축을 땅속에 숨겼고,

문화역서울284는 오래된 역사의 기억을 남겼습니다.

아모레퍼시픽 본사는 거대한 매스 안을 비웠고,

국립현대미술관 서울은 건물 사이에 마당을 만들었습니다.

DDP는 건축과 지형의 경계를 흐렸고,

LG아트센터 서울은 동선 자체를 건축의 중심으로 만들었습니다.

한 도시 안에서도 건축이 공간을 만드는 방법은 이렇게 다릅니다.

바로 이런 차이를 비교해보는 것이 서울 건축여행의 가장 큰 재미라고 생각합니다.

서울 현대건축 여행에서는 무엇을 보면 좋을까

건축을 전공하지 않아도 어렵게 생각할 필요는 없습니다.

건물 앞에서 몇 가지 질문만 해보면 됩니다.

왜 이 건물은 이런 모습으로 지어졌을까?

사람은 어디에서 들어가고 어디로 이동할까?

빛은 어디에서 들어올까?

가장 먼저 느껴지는 재료는 무엇일까?

건물보다 비워놓은 공간이 더 중요한 곳은 없을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걷다 보면 평소 무심코 지나치던 건물도 조금씩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건축답사의 재미는 설계자의 의도를 정확하게 맞히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공간을 보면서 스스로 질문을 만들어보는 데 있습니다.

서울 현대건축 여행은 하루에 모두 볼 필요가 없다

여섯 곳을 하루 만에 모두 돌아보는 것은 추천하지 않습니다.

건축은 많이 보는 것보다 한 공간에 조금 더 오래 머물러보는 편이 좋습니다.

예를 들어 첫 번째 코스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 문화역서울284 → 아모레퍼시픽 본사

정도로 묶을 수 있습니다.

서울역과 용산을 중심으로 이동할 수 있고, 지하 박물관·근대건축·현대 업무시설이라는 서로 다른 건축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또 다른 날에는

국립현대미술관 서울 → 경복궁 → 북촌

을 함께 걸어도 좋습니다.

LG아트센터 서울은 서울식물원과 함께 하나의 일정으로 잡으면 건축과 자연을 같이 경험할 수 있습니다.

서울 건축여행은 목적지를 많이 채우는 여행보다는 도시를 천천히 걷는 여행에 조금 더 가깝습니다.

서울 현대건축 여행을 시작하며

건축여행이라고 해서 반드시 세계적인 건축가의 작품만 찾아다닐 필요는 없습니다.

오래된 역도 좋고,

작은 미술관도 좋고,

골목이나 시장도 좋은 건축여행의 대상이 됩니다.

평소에는 목적지에 가기 위해 지나쳤던 건물을 조금 천천히 바라보는 것에서 서울 건축여행은 시작됩니다.

이번 서울 편을 시작으로 앞으로는 제주, 강원, 부산, 경주 등 다른 지역의 건축여행도 하나씩 정리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지역별 글에서 소개한 건축물 가운데 공간 이야기가 특히 재미있는 곳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처럼 개별 건축답사 글로 조금 더 깊게 들여다볼 생각입니다.

서울 현대건축 여행도 그렇게 하나씩 천천히 걸어보려고 합니다.

함께 보면 좋은 글

→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건축답사|하늘광장·콘솔레이션 홀의 공간 이야기
지하로 내려간 박물관과 붉은 벽돌 하늘광장, 빛과 어둠이 만들어내는 공간을 직접 답사한 이야기입니다.

→ 성수동 젠틀몬스터 사옥 하우스 노웨어 서울|직접 가본 건축과 공간의 인상
젠틀몬스터 사옥의 독특한 외관과 내부 인테리어 체험담을 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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