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현대건축 여행|꼭 가볼 만한 대표 건축물 5곳과 건축답사 포인트
부산은 건축여행을 하기에 꽤 재미있는 도시입니다.
산과 바다가 도시 가까이에 있고, 해안선을 따라 고층건물이 이어지는가 하면 오래된 공장과 항만시설이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다시 태어난 곳도 많습니다.
그래서 부산 현대건축 여행에서는 단순히 건물의 형태만 보기보다 바다와 수변공간, 도시의 산업 흔적과 건축이 어떻게 관계를 맺고 있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좋습니다.
이번 글에서는 부산에서 건축적으로 한 번쯤 천천히 볼 만한 대표 건축물 5곳을 골라보았습니다.
영화의전당, F1963,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부산현대미술관, 그리고 기장의 아난티 코브까지 서로 다른 성격의 현대건축을 비교해보겠습니다.

부산 현대건축 여행에서 먼저 가볼 대표 건축물 5곳
| 건축물 | 지역 | 건축답사 포인트 |
|---|---|---|
| 영화의전당 | 해운대·센텀 | 거대한 캔틸레버 지붕·광장·야간조명 |
| F1963 | 수영 | 공장 재생·철골구조·산업유산 |
| 누리마루 APEC 하우스 | 해운대 | 정자의 현대적 해석·바다·동백섬 |
| 부산현대미술관 | 사하 | 수직정원·생태·을숙도 |
| 아난티 코브 | 기장 | 바다·수평선·대규모 리조트 공간 |
부산은 동서로 길게 이어진 도시라 이 다섯 곳을 하루에 모두 보는 것보다는 지역을 나누어 답사하는 편이 좋습니다.
지붕이 건축의 주인공이 된 영화의전당

부산 현대건축 여행에서 가장 먼저 떠올릴 수 있는 건축물은 센텀시티의 영화의전당입니다.
오스트리아의 건축그룹 쿠프 힘멜블라우(Coop Himmelb(l)au)가 설계한 건축물로, 2005년 국제설계공모 당선 이후 계획되어 2012년 문을 열었습니다.
이 건축에서 가장 강하게 눈에 들어오는 것은 건물 자체보다 거대한 지붕입니다.
특히 빅루프는 약 85m에 이르는 무주 캔틸레버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붕이 단순히 비를 막는 기능을 넘어 광장 전체를 하나의 도시공간으로 만드는 구조물로 사용됩니다.
건축답사를 한다면 건물 정면에서만 바라보기보다 지붕 아래 광장을 직접 걸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거대한 지붕이 몇 개의 구조체로 지지되는지,
지붕 아래에서 사람의 크기가 얼마나 작아 보이는지,
실내와 야외광장이 어떻게 이어지는지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특히 해가 진 뒤에는 지붕 하부의 LED 조명이 켜지면서 낮과 전혀 다른 공간이 됩니다.
영화의전당은 건축물 하나라기보다 광장과 지붕, 극장과 야외공간이 하나로 연결된 복합적인 도시공간에 가깝습니다.
공장을 없애지 않고 다시 사용한 F1963

수영구에 있는 F1963은 부산 현대건축 여행에서 꼭 함께 보고 싶은 공간입니다.
이곳은 원래 고려제강의 와이어 공장이었습니다.
1963년부터 약 45년 동안 실제 공장으로 사용되다가 2016년 부산비엔날레를 계기로 복합문화공간으로 재생되었습니다.
새 건물을 지은 것이 아니라 기존 공장의 구조와 흔적을 최대한 남기면서 전시장, 서점, 카페, 공연공간 등을 넣었습니다.
그래서 F1963에서는 완벽하게 마감된 새 건축물보다 낡은 철골과 공장 구조가 먼저 보입니다.
바로 그 점이 이 공간의 가장 큰 매력입니다.

건축답사에서는 천장을 한번 올려다보는 것을 추천합니다.
기존 철골 트러스와 높은 층고,
공장 특유의 넓은 내부공간,
새롭게 삽입된 건축 요소가 어떻게 만나는지를 살펴볼 수 있습니다.
오래된 건축물을 모두 철거하고 새롭게 만드는 대신 기존 공간의 기억을 남기면서 새로운 기능을 넣는 것을 흔히 재생건축이라고 합니다.
F1963은 부산에서 이런 재생건축을 비교적 쉽게 경험할 수 있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전통 정자를 현대적으로 풀어낸 누리마루 APEC 하우스

동백섬을 걷다 보면 바다를 향해 자리한 누리마루 APEC 하우스를 만날 수 있습니다.
2005년 APEC 정상회의가 열린 장소입니다.
부산시는 누리마루의 기본 건축 개념을 한국 전통건축의 ‘정자’를 현대적으로 표현한 것으로 설명합니다.
둥근 지붕 형태는 동백섬의 능선을 형상화했고, 외부에 배치된 12개의 사선 기둥은 부산의 역동성을 표현하도록 계획되었습니다.
이 건축에서 흥미로운 부분은 건물만 떼어놓고 보기 어렵다는 점입니다.
한쪽에는 동백섬의 숲이 있고,
다른 쪽에는 바다와 광안대교가 펼쳐집니다.
즉 건축물이 풍경을 가리는 대신 바다를 바라보기 위한 하나의 전망 장치처럼 작동합니다.

답사를 한다면 건물 정면만 보는 것보다 내부에서 바다를 향해 시선이 어떻게 열리는지를 살펴보는 것이 좋습니다.
특히 회의장이나 로비에서 바라보는 바다 풍경을 보면 건축과 조망의 관계가 매우 중요하게 계획되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건물 전체가 수직정원이 된 부산현대미술관

부산 서쪽 을숙도에는 부산현대미술관이 있습니다.
2018년 개관한 미술관으로, 외벽 전체를 식물이 덮고 있는 모습이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건물 외벽 자체가 하나의 작품인 ‘수직정원’으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을숙도라는 장소도 이 건축을 이해하는 데 중요합니다.
을숙도는 낙동강 하구의 대표적인 생태지역입니다.
그래서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주변 자연환경과 건축의 관계가 더욱 흥미롭게 느껴집니다.
일반적인 미술관 외관이 석재나 금속, 콘크리트 같은 단단한 재료로 완성되는 것과 달리 이곳에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식물이 자라고 건물의 모습도 계속 달라집니다.
건축답사에서는 외관을 멀리서 한번 보고 가까이 다가가 식물과 건축 외벽이 어떻게 결합되어 있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계절에 따라 외벽의 색과 밀도가 달라지는 것도 이 건축의 특징입니다.
건물이 완성된 순간이 끝이 아니라 시간이 지나면서 계속 변화하는 건축이라는 점이 재미있습니다.
바다를 건축 안으로 끌어들이는 아난티 코브

기장까지 이동하면 부산 도심과는 또 다른 분위기의 건축을 만날 수 있습니다.
아난티 코브입니다.
이곳은 하나의 건물이라기보다 호텔과 레지던스, 상업·문화공간, 수영장, 산책로 등이 함께 구성된 대규모 해안 복합공간에 가깝습니다.
건축적으로 가장 눈에 들어오는 것은 역시 바다와의 관계입니다.
건물의 여러 공간이 동해를 향해 열려 있고, 객실이나 공용공간에서도 바다의 수평선을 지속적으로 바라볼 수 있도록 계획되어 있습니다.
건축답사에서는 개별 건물의 형태보다 전체 배치를 살펴보는 것이 더 재미있습니다.

건물이 바다를 향해 어떻게 열리는지,
건물 사이의 외부공간이 어떻게 연결되는지,
수영장이나 산책로에서 수평선이 어떻게 보이는지를 살펴보면 좋습니다.
특히 바닷가 건축에서는 전망을 확보하는 것만큼 강한 바람과 염분, 외부환경에 대응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부산의 해안건축을 볼 때는 이런 환경조건까지 함께 생각해보면 건축을 조금 더 입체적으로 볼 수 있습니다.
부산 현대건축에서는 ‘지붕과 바다’를 함께 봐야 한다
이번에 소개한 다섯 건축물은 서로 전혀 다른 모습입니다.
영화의전당에서는 거대한 지붕이 도시광장을 만듭니다.
F1963에서는 오래된 공장 구조가 새로운 문화공간으로 바뀌었습니다.
누리마루 APEC 하우스에서는 전통 정자의 개념과 바다 풍경이 만납니다.
부산현대미술관에서는 건축 외벽이 식물과 함께 변화합니다.
아난티 코브에서는 건축이 동해의 수평선을 향해 열립니다.
하지만 자세히 보면 공통점도 있습니다.
건물이 혼자 존재하기보다 주변의 도시와 바다, 산업시설, 자연환경과 적극적으로 관계를 만든다는 점입니다.
부산 현대건축 여행에서 가장 재미있는 부분도 바로 이 관계를 찾아보는 것입니다.
부산 건축여행에서는 재생건축도 눈여겨볼 만하다
부산은 오랫동안 항만과 산업을 중심으로 성장한 도시입니다.
그래서 다른 도시보다 오래된 공장이나 창고, 항만시설을 새로운 공간으로 바꾸는 사례를 비교적 자주 만날 수 있습니다.
F1963이 대표적입니다.
건축여행이라고 하면 유명 건축가가 설계한 새로운 건물만 떠올리기 쉽지만 기존 건축물을 어떻게 살려 사용하는지도 중요한 건축 주제입니다.
오래된 구조를 얼마나 남겼는지,
새로운 재료는 어디부터 사용했는지,
기존 공간과 새 공간의 경계를 일부러 보여주고 있는지 살펴보면 좋습니다.
이런 공간에서는 완벽하게 새것처럼 만드는 것보다 오래된 흔적을 남겨두는 것이 오히려 더 큰 건축적 가치가 되기도 합니다.
부산 현대건축 여행은 지역별로 나누는 것이 좋다
부산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그래서 건축물을 많이 보는 것보다 지역별로 두세 곳씩 묶는 것을 추천합니다.
센텀·해운대권에서는
영화의전당 → 누리마루 APEC 하우스
정도로 묶을 수 있습니다.
도시형 대형 문화시설과 바다를 향한 국제회의시설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수영권에서는
F1963
을 중심으로 주변의 망미동과 수영 지역을 함께 걸어보는 것도 좋습니다.
서부산에서는
부산현대미술관 → 을숙도
를 함께 보면 건축과 생태환경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기장은
아난티 코브 → 해안산책
정도로 하루의 일부를 여유롭게 잡는 편이 좋습니다.
부산 현대건축 여행에서 던져볼 질문
부산 건축을 보면서 이런 질문을 한번 해보면 좋습니다.
왜 이 건물은 바다를 향해 열려 있을까?
왜 영화의전당은 건물보다 지붕이 더 크게 보일까?
왜 F1963은 오래된 철골을 그대로 남겼을까?
부산현대미술관의 식물은 건축재료라고 볼 수 있을까?
누리마루의 형태는 전통건축의 어떤 부분을 현대적으로 해석한 것일까?
이런 질문을 가지고 걷다 보면 관광지로만 보였던 장소가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건축답사는 정답을 찾는 여행이라기보다 공간을 보면서 질문을 만들어가는 여행에 가깝습니다.
부산 현대건축 여행을 시작하며
서울에서는 도시의 밀도와 시대의 변화를 보았습니다.
제주에서는 바람과 돌, 자연과 건축의 관계를 보았고,
강원에서는 산과 바다 사이에 놓인 건축을 살펴보았습니다.
부산은 또 다릅니다.
이곳에서는 바다와 항구, 산업도시의 흔적, 그리고 새로운 문화시설이 한 도시 안에서 동시에 보입니다.
영화의전당의 거대한 지붕 아래를 걷고,
F1963의 오래된 공장 구조를 올려다보고,
누리마루에서 바다를 바라보고,
을숙도의 부산현대미술관과 기장의 해안건축까지 이어가다 보면 부산이라는 도시가 건축을 통해 조금 다르게 보이기 시작합니다.
부산 현대건축 여행은 결국 유명한 건물을 찾아가는 여행이라기보다 바다와 도시 사이에서 건축이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살펴보는 여행에 더 가깝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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