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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건축답사|땅속 박물관·하늘광장·콘솔레이션 홀의 공간 이야기

읽는 시간 약 15분

평일 낮, 대학에서 건축을 전공하고 있는 딸과 함께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을 찾았습니다.

건축을 전공하는 딸과 건축사인 엄마가 같은 공간을 본다는 건 생각보다 재미있는 일입니다.

저는 자연스럽게 재료와 구조, 동선과 스케일을 먼저 보게 되고, 딸은 조금 더 직관적으로 공간의 분위기와 장면을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같은 건축물을 보고도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게 되죠.

이번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답사는 그런 점에서 꽤 오래 기억에 남을 것 같습니다.

처음 마주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생각보다 조용했다

처음 도착했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습니다.

“박물관이 어디 있지?”

일반적인 박물관처럼 건물이 크게 모습을 드러내는 것이 아니라, 도로 쪽에서는 낮은 콘크리트 벽과 공원, 나무가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도로에서 바라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입구
<도로에서 바라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입구>

평일 낮이라 주변도 비교적 조용했습니다.

관람객이 많지 않아 공간 자체를 천천히 볼 수 있었고, 덕분에 처음부터 전시보다는 건축을 먼저 바라보게 되었습니다.

딸과 함께 걸으며 가장 먼저 나눈 이야기도 비슷했습니다.

“건물이 거의 안 보이네.”

그 말이 사실 이 건축을 꽤 잘 설명하고 있었습니다.

공원이 먼저 보이고, 건축은 그 아래에 있었다

위에서 내려다본 모습을 보면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의 성격이 훨씬 분명하게 드러납니다.

서소문역사박물관 전경
< 출처: SPACE 공간 잡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항공사진>

건축물이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기보다 한발 뒤로 물러나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지상은 대부분 공원으로 남겨두고, 박물관의 주요 공간은 그 아래로 내려가 있습니다.

처음에는 단순히 ‘지하 박물관’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로 걸어보니 이 선택이 공간의 분위기를 완전히 바꿔놓고 있었습니다.

지상에서는 비교적 가볍고 열린 공원이지만, 지하로 내려갈수록 분위기는 점점 무거워집니다.

빛은 줄어들고 벽은 가까워지고, 공간은 조금씩 깊어집니다.

건축물이 위로 올라가는 대신 아래로 내려가면서 오히려 장소의 기억을 더 강하게 느끼게 만드는 방식이었습니다.

건축을 전공하는 딸에게 이런 공간은 어떻게 느껴지는지 물어보면서 걷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도면으로 보는 지하공간과 실제로 몸으로 느끼는 지하공간은 전혀 다르니까요.

하늘광장에 들어서는 순간, 분위기가 완전히 바뀐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에서 가장 강하게 기억에 남은 공간은 역시 하늘광장이었습니다.

지하의 어두운 공간을 따라 걷다가 갑자기 하늘이 열립니다.

사방은 붉은 벽돌벽으로 둘러싸여 있고 위쪽으로만 파란 하늘이 보입니다.

그 순간만큼은 전시를 보고 있다는 느낌보다 하나의 거대한 공간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더 강했습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하늘광장>

특히 평일 낮의 햇빛이 벽돌벽에 깊은 그림자를 만들면서 공간의 표정이 계속 달라졌습니다.

같은 붉은 벽돌인데 햇빛을 받는 면과 그늘진 면의 색이 전혀 다르게 보입니다.

사진으로 보면 단순한 사각형의 광장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안에 서면 느낌은 꽤 다릅니다.

벽이 생각보다 훨씬 높습니다.

사람이 아래에 서 있으면 그제야 벽의 스케일이 느껴집니다.

딸과 한동안 이곳에서 사진을 찍고 벽을 바라봤습니다.

건축답사를 하다 보면 설명보다 먼저 기억에 남는 장면이 있는데, 이곳에서는 아마 이 하늘광장이 그런 장면이 될 것 같습니다.

왜 하늘이 이렇게 크게 느껴질까

사실 하늘광장의 건축적인 구성은 굉장히 단순합니다.

높은 벽으로 주변을 가리고 위를 열어놓았습니다.

그런데 그 단순한 방법 때문에 평소에는 너무 익숙해서 의식하지 않는 하늘이 갑자기 중요한 공간 요소가 됩니다.

서울 한가운데인데 주변의 복잡한 도시풍경은 거의 보이지 않습니다.

대신 붉은 벽과 하늘만 남습니다.

가끔 벽 너머로 높은 건물이 보이는데, 오히려 그 건물이 이 공간이 서울 도심 한가운데 있다는 사실을 다시 알려줍니다.

하늘을 보여주기 위해 주변을 가린다는 것.

건축에서는 무엇을 보여줄 것인가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보이지 않게 할 것인가도 중요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붉은 벽돌은 생각보다 따뜻했다

사진으로 보기 전에는 이 공간이 조금 더 무겁고 차갑게 느껴질 거라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실제로 보니 벽돌이 주는 느낌은 의외로 따뜻했습니다.

작은 벽돌이 계속 반복되면서 거대한 벽을 만들고 있지만, 콘크리트나 금속처럼 차갑게 느껴지지는 않았습니다.

하늘광장 벽돌 디테일사진

가까이서 보면 벽돌 하나하나의 질감이 보이고, 멀리서 보면 하나의 거대한 면처럼 보입니다.

건축을 하는 사람이라면 이런 재료의 스케일 변화가 꽤 재미있습니다.

작은 단위가 반복되어 거대한 공간을 만든다는 것.

벽돌이라는 익숙한 재료가 이렇게 다른 분위기를 만들 수 있다는 점도 인상적이었습니다.

콘솔레이션 홀에서는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었다

하늘광장이 밝고 열려 있다면 콘솔레이션 홀은 완전히 반대입니다.

콘솔레이션 홀
< 의도적으로 천장이 낮게 구현된 콘솔레이션 홀 전경>

공간에 들어서면 거대한 검은 매스가 먼저 보입니다.

천장과 벽도 어둡고, 조명은 필요한 만큼만 사용되어 있습니다.

사람이 많지 않은 평일 낮이라 그런지 공간이 더 고요하게 느껴졌습니다.

딸과 함께 들어갔지만 자연스럽게 말수가 줄었습니다.

어두운 공간에서는 소리까지 더 크게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콘솔레이션 홀 내부
< 콘솔레이션 홀 내부 >

특히 인상적이었던 것은 빛의 사용이었습니다.

공간 전체를 환하게 밝히지 않고, 필요한 부분만 빛으로 드러냅니다.

하늘광장에서는 하늘에서 내려오는 자연광이 공간을 만들었다면 이곳에서는 아주 제한된 빛이 오히려 어둠을 더 강조합니다.

건축에서 빛을 잘 쓴다는 것이 반드시 밝게 만드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다시 느끼게 하는 공간이었습니다.

하늘광장과 콘솔레이션 홀, 서로 반대라서 더 기억에 남는다

두 공간은 같은 박물관 안에 있지만 분위기는 완전히 다릅니다.

하늘광장은 밝고 열려 있습니다.

콘솔레이션 홀은 어둡고 닫혀 있습니다.

하늘광장에서는 자연스럽게 고개를 들어 위를 바라보게 되고, 콘솔레이션 홀에서는 시선이 낮아집니다.

한 공간에서는 하늘을 보고, 다른 공간에서는 어둠을 봅니다.

이 두 공간을 연속해서 경험하면서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단순히 전시실을 나열한 건물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공간의 순서 자체가 하나의 이야기처럼 구성되어 있습니다.

건축은 결국 걸어봐야 알 수 있다는 생각

건축을 공부하다 보면 도면과 사진을 정말 많이 보게 됩니다.

저 역시 일을 하면서 평면도와 단면도, 투시도와 사진을 매일 봅니다.

하지만 어떤 건축물은 실제로 걸어봐야 비로소 이해되는 부분이 있습니다.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이 그런 건축물이었습니다.

지상에서 시작해 지하로 내려가고,

어두운 공간을 지나고,

갑자기 하늘을 만나고,

다시 낮은 공간으로 들어갑니다.

이런 과정은 사진 한 장으로는 잘 전달되지 않습니다.

특히 공간이 좁아졌다가 넓어지는 순간, 밝았다가 갑자기 어두워지는 순간은 몸으로 느껴야 합니다.

건축을 전공하는 딸과 함께 온 이유도 어쩌면 이런 경험 때문이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우는 건축과 실제 건축은 결국 현장에서 만날 때 가장 선명하게 연결되니까요.

곡선과 빛이 만드는 또 다른 분위기

박물관 안에는 붉은 벽돌과 검은 공간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내부 곡선 공간
< 내부 곡선 공간 >

전시공간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흰색 곡선과 간접조명이 등장합니다.

앞에서 보았던 하늘광장이나 콘솔레이션 홀과는 또 다른 분위기입니다.

반복되는 곡선 사이로 빛이 이어지고, 그 곡선을 따라 자연스럽게 시선과 동선도 움직입니다.

중앙 기둥과 천장
< 중앙 기둥과 천장 >

중앙의 기둥도 재미있었습니다.

보통 전시공간에서는 기둥을 가리거나 존재감을 줄이려는 경우가 많은데, 이곳에서는 오히려 구조물이 공간의 한 요소처럼 보입니다.

천장의 선과 기둥, 조명이 만나면서 하나의 장면을 만듭니다.

딸과 함께 이 공간을 보면서 구조를 감추는 것과 드러내는 것에 대해서도 잠깐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건축답사의 재미는 이런 데 있는 것 같습니다.

하나의 공간을 보고 서로 다른 질문을 던지는 것.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건축개요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2014년 설계공모를 통해 시작된 공공건축 프로젝트로, 인터커드건축·보이드아키텍트·레스건축이 설계를 맡았습니다. 2019년 완공되었고, 지상 1층·지하 4층 규모로 조성되었습니다.

구분내용
건축물명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위치서울특별시 중구 칠패로 5
용도문화 및 집회시설
설계인터커드건축 + 보이드아키텍트 + 레스건축
건축가윤승현·이규상·장기욱·우준승
대지면적21,363㎡
건축면적385.07㎡
연면적24,526.47㎡
규모지상 1층 / 지하 4층
구조철근철골콘크리트조
외부마감점토벽돌, 노출콘크리트
내부마감점토벽돌, 노출콘크리트, 열연강판
설계기간2014.12 ~ 2016.6
시공기간2016.12 ~ 2019.5
시공동부건설
건축주서울특별시 중구

특히 대지면적이 2만㎡가 넘는데 지상 건축면적은 약 385㎡에 불과하다는 점이 눈에 띕니다. 건폐율 역시 약 1.8%로, 건축물을 지상에 세우기보다 대부분 지하에 배치하고 지상은 공원으로 남긴 설계 의도가 수치에서도 그대로 드러납니다.

방문 전 운영시간과 전시 일정은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공식 홈페이지에서 확인하는 것이 좋습니다.

건축답사에서 꼭 봐야 할 포인트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은 사진 한 장으로 이해하기보다 직접 걸으면서 공간의 변화를 느껴보는 편이 좋은 건축물입니다.

딸과 함께 답사하면서도 “예쁜 공간이 어디인가”보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를 생각하면서 걷게 되었습니다.

지상 공원과 지하 박물관의 관계

가장 먼저 볼 부분은 건물이 얼마나 보이지 않는가입니다.

지상에서는 공원과 녹지가 먼저 보이고 박물관의 큰 규모가 거의 느껴지지 않습니다.

하지만 지하로 내려가면 상당한 규모의 공간이 펼쳐집니다.

지상과 지하의 대비 자체가 이 건축의 가장 중요한 출발점입니다.

기존 지하주차장 구조를 어떻게 활용했는가

기존 공영주차장의 구조를 일부 활용하면서 7.5×8m 구조 모듈이 박물관 공간의 기본 그리드가 되었습니다.

약 135개의 단위 공간이 여러 층에 걸쳐 연결되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어, 천장과 기둥을 유심히 보면 기존 구조와 새로운 공간이 어떻게 만나는지 살펴볼 수 있습니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이라면 단순히 벽과 마감재만 보기보다 기둥의 위치와 구조 그리드를 함께 보는 것도 꽤 흥미롭습니다.

약 300m에 이르는 이동 동선

이 박물관의 핵심은 하나의 방보다 동선에 있습니다.

진입 램프에서 콘솔레이션 홀, 하늘광장 그리고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는 하늘길까지 약 300m의 흐름이 하나의 순례 과정처럼 계획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중간중간 멈춰서 보는 것도 좋지만, 처음부터 끝까지 공간의 흐름이 어떻게 변하는지를 느껴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하늘광장의 스케일

하늘광장에 들어가면 가장 먼저 벽의 높이가 느껴집니다.

붉은 벽돌로 둘러싸인 벽과 위로 열린 하늘, 그리고 아래에 있는 사람의 크기가 강한 대비를 만듭니다.

사진에서는 공간의 크기가 잘 느껴지지 않을 수 있지만 실제로 서보면 사람의 스케일이 얼마나 작아지는지 바로 체감됩니다.

건축답사 사진을 찍을 때도 사람을 프레임 안에 함께 넣어보면 좋습니다.

벽돌의 질감과 빛의 변화

하늘광장의 붉은 벽돌은 단순한 마감재라기보다 공간의 분위기를 만드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햇빛이 직접 닿는 면과 그림자가 지는 면의 색이 크게 달라지고, 작은 벽돌이 반복되면서 거대한 벽을 만듭니다.

가까이에서는 재료의 질감이 보이고 멀리에서는 하나의 거대한 면으로 읽히는 점도 흥미롭습니다.

콘솔레이션 홀의 어둠

콘솔레이션 홀에서는 오히려 빛보다 어둠을 보는 것이 중요합니다.

전체 공간을 밝히지 않고 제한된 빛만 사용하면서 검은 매스와 바닥, 벽의 관계를 드러냅니다.

하늘광장이 위로 시선을 끌어올리는 공간이라면 콘솔레이션 홀은 자연스럽게 시선을 안쪽과 아래로 향하게 합니다.

두 공간을 연속해서 보면 빛과 어둠을 이용해 전혀 다른 감정을 만드는 방법을 비교해볼 수 있습니다.

재료가 바뀔 때 공간의 분위기도 달라지는지

붉은 벽돌과 노출콘크리트, 열연강판, 흰색의 곡선형 전시공간이 서로 다른 분위기를 만듭니다.

하나의 마감재로 전체를 통일하기보다 공간의 성격에 따라 재료가 달라지는 방식입니다.

답사할 때는 “이 공간에서 왜 이 재료를 사용했을까”를 생각해보는 것도 좋습니다.

지상으로 다시 올라왔을 때의 느낌

마지막에는 지하에서 다시 지상으로 올라오게 됩니다.

들어갈 때 보았던 공원과 나올 때 보이는 공원이 조금 다르게 느껴집니다.

건축적으로는 같은 장소지만 지하에서 긴 동선을 경험한 뒤 다시 빛과 공원을 만나는 과정 자체가 하나의 마무리 장면처럼 느껴집니다.

건축을 공부하는 학생과 함께라면 이렇게 보면 좋다

이번에는 건축을 전공하는 딸과 함께 방문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이런 질문을 주고받게 되었습니다.

“왜 건물을 지상에 올리지 않았을까?”

“왜 하늘광장은 벽돌이고 콘솔레이션 홀은 검은색일까?”

“이 기둥은 기존 구조일까, 새로 만든 구조일까?”

“같은 공간인데 왜 이렇게 크게 느껴질까?”

이런 질문을 하나씩 던지면서 걷다 보면 단순히 건물을 구경하는 것과는 답사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설계 의도를 정확히 맞히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실제 공간을 보면서 스스로 이유를 생각해보는 과정이 더 중요합니다.

저에게 이번 답사는 딸에게 건축을 설명해주는 시간이라기보다, 서로 같은 공간을 보고 각자 무엇을 느꼈는지 이야기해보는 시간이었습니다. 그게 이번 서소문성지역사박물관 답사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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